동아일보(2003. 5.19)
獨 해상 풍력발전기 설치
온난화로 달궈진 지구를 바닷바람으로 식힌다. 세계 풍력발전 최강국 독일이 바다에 풍력발전단지를 세우는 일에 한창이다. 해안에서 수십㎞ 떨어진 망망대해에 바람개비들을 설치해 거센 바닷바람으로 막대한 전력을 생산하기 위해서다. 풍차 하나의 높이가 100m에 달하니 제아무리 돈키호테라도 덤벼들 엄두가 나지 않을 규모다.
현재 독일은 세계 풍력전기의 3분의 1을 생산하고 있으며, 스페인과 미국이 뒤를 잇고 있다. 선진국들이 풍력에 관심을 기울인 계기는 전 지구적 환경오염 때문이다. 특히 1997년 체결된 교토의정서는 선진국부터 지구온난화의 주범인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도록 규정하고 있다.
독일 정부가 마련한 전략은 재생가능 에너지의 적극적인 개발이다. 이산화탄소를 비롯한 각종 오염물질을 산출하는 화석연료의 사용을 줄이는 대신 풍력, 태양열, 조력, 지열 등 청정에너지를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이 가운데 풍력이 차지하는 비율은 40%에 달한다. 꾸준한 기술개선과 정부의 강력한 지원 덕분에 풍력의 전력 생산단가가 석탄이나 석유와 비슷한 수준으로 떨어지고 있어 경제성 면에서도 전혀 손색이 없다.
2002년 말 독일에 설치된 바람개비 수는 1만3750여개. 독일풍력연맹(BWE) 페터 아멜스 회장에 따르면 독일 전력 생산의 4.5%를 차지해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하지만 웬만한 바람 좋은 곳은 이미 풍차로 가득 채워졌다. 아멜스 회장은 지난해 “이제 독일은 바다로 눈길을 돌려야 한다”고 공식 선언했다.
사실 바다는 육지에 비해 질 좋은 바람 자원을 보유한 장소다. 바람이 시도 때도 없이 불고 육지보다 속도가 빠른 것이 큰 장점. 유럽의 경우 해안에서 10km 떨어진 곳의 평균 풍속은 육상에 비해 초속 1m 더 빠르다. 풍력에너지가 풍속의 세제곱에 비례하기 때문에 이 정도만 해도 10∼20% 더 많은 에너지를 생산할 수 있다.
그래서 이미 영국, 네덜란드, 덴마크, 스웨덴은 북해와 발틱해에 해상풍차공원을 앞다퉈 설치하고 있다. 독일은 늦게 출발했지만 바닷바람을 정복하는 일에 세계적인 주도권을 가지려는 의지가 역력하다.
올해 말 독일은 북해 보쿰섬 주변 45km 떨어진 해상에 5MW급 발전기 12기를 설치할 예정이다. 계획대로라면 2010년까지 이곳에 약 200기의 풍차가 세워져 1000MW의 발전용량을 갖추게 된다. 원자력발전소 한 개와 비슷한 규모다. 해양 풍력의 선두주자인 덴마크가 2010년까지 300MW급을 생산하려는 목표의 3배를 넘는다.
물론 난관도 많다. 무엇보다 수십m 깊이의 해저에 거대한 풍차를 고정시키는 일이 만만치 않다. 예를 들어 독일 풍력업체인 에너콘이 해상용으로 준비 중인 풍차는 날개 하나의 길이가 52m, 날개 전체의 무게가 20t에 달한다. 이런 중장비를 120m 높이에 설치하는 데 필요한 특수크레인은 독일 내에 몇 대 안된다.
바람이 일으킨 전기를 육지에 공급해줄 해저케이블의 길이도 수십㎞에 이른다. 바닷물로 인해 장비가 부식되는 것도 골칫거리다. 현재로서는 육상풍력에 필요한 비용에 비해 30∼50% 비싸다는 계산이다.
그러나 당장은 어렵겠지만 ‘바람 잘 날 없는 바다’ 덕에 수지타산을 맞출 수 있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라마이어 인터내셔널의 뤼디게르 키프케 부사장은 “바람 부는 곳이면 세계 어디라도 풍차를 세우는 것이 회사의 목표”라며 “환경오염을 줄일 뿐 아니라 짭짤한 이익도 남겨주는 분야가 풍력”이라고 단언한다. 환경과 경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일이 그렇게 요원해 보이지만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