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를 보면 지난 30년간 우리나라 에너지 사용량은 3배가량 늘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증가폭이 작아지고 있고 2015년 파리기후협약 체결 이후에는 거의 늘지 않고 있다. 과거에 비해 경제성장률이 둔화된 탓도 있지만 기후변화와 환경문제가 에너지 산업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에너지 효율이 크게 개선된 게 주요인으로 분석된다. 국가적 차원에서는 이 같은 현상이 바람직하지만 에너지 기업들로서는 위기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도시가스 분야도 마찬가지다”
대성그룹 비서실장과 대성에너지 CFO, 대성홀딩스 경영지원실장, 대성청정에너지 대표이사를 거쳐 지난해 4월 대성에너지 수장을 맡은 윤홍식 대표이사는 에너지업계와 인연을 맺은 지 25년이 넘는 동안 도시가스산업을 비롯한 에너지산업 경영환경에 변화가 크다고 평가했다.
세대당 평균사용량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지역난방, LPG, 전기 등과의 경쟁은 갈수록 치열해지다보니 영업이익이 개선되기 쉽지 않다는 그는 그렇지 않아도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순익이 적은 구조인데 지자체에서 물가안정을 이유로 늘어나는 적정원가 및 적정투자보수의 총괄원가를 공급비용에 반영해 주지 않다보니 도시가스업계의 경영상황이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한다.
“저희 대성그룹은 화목이 연탄으로 대체되는 시대를 이끌었고, 연탄이 도시가스로 대체될 때 한 발 앞서 업종을 전환함으로서 기업의 위상을 오히려 높인 경험을 갖고 있다. 김수근 창업회장님과 현 김영훈 회장님의 미래를 읽는 예지력과 결단력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본다. 에너지 전환이 장기적으로는 가스 사용량 감소와 고객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일견 도시가스 산업의 위기로 볼 수 있지만 변화하는 에너지 사용패턴을 정확하게 예측하고 이에 철저히 대비하고 행동으로 옮기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다”
대성그룹이 이미 20년 전부터 가스에 기반을 둔 에너지사업은 물론이고, 폐기물 자원화 같은 생소한 에너지 분야에 진출해 성공한 경험을 바탕으로 수소, 연료전지 분야에도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고 설명한 윤 대표는 신재생에너지 확대로 유망한 분야가 될 가능성이 큰 P2G(Power to Gas) 정부과제 등에 참여하면서 그 영역을 더욱 확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에너지 트렌드를 이끌어 가는 기업이 되기 위한 노력을 지금보다 더 적극적으로 할 필요가 있다. 에너지전환과 2050 탄소중립으로 도시가스산업도 위기의식이 크다. 위기가 기회라는 말처럼 탄소중립에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응해 새로운 비즈니스모델과 시장을 창출하느냐에 따라 도시가스사 미래의 모습이 달라질 수 있다고 본다”
그동안 무노조 기업으로 운영되다가 2020년 9월에 노동조합이 설립된 대성에너지는 윤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4월 이후 본격적으로 임단협이 시작되면서 동종업계의 눈길을 끌었다. 이견을 좁혀가는 진통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따라 노사상생을 통한 새로운 출발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단협 과정에서 서로의 입장 차를 좁혀가는 과정이 순탄치만은 않았지만 노사 간 상호 존중과 양보의 기반위에서 지속적인 대화노력이 있었고, 그 결과 지난해 12월에 첫 임단협을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었다. 노사 양측이 도시가스공급이라는 공익적 사업의 특성상 노사관계 악화는 시민들의 불편을 초래하고 안전을 위협할 수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에 공감하고 있었기에 단체행동 없이 첫 임단협이 원만하게 타결될 수 있었다고 본다”
기본적으로 회사와 노동조합이 지향하는 목표가 같다고 생각한다는 윤 대표는 노사가 협력하여 지속성장하는 기업을 만들고, 기업의 성장을 통해 확보한 수익의 일부를 회사 구성원들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재투자 한다는 목표를 노사가 공유한다면 새로운 도약을 위한 충분한 동력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 대성에너지를 잘 모르는 일반인들도 많다. 사업 분야와 공급현황 등 회사에 대해 소개해 달라.
“대성에너지는 지난 75년간 대한민국 에너지 산업을 이끌어온 대성그룹의 주력 기업으로, 대구광역시와 경북 경산시, 고령군, 칠곡군 등 약 124만 고객에게 깨끗하고 안전한 도시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공급권역 내 도시가스 보급률은 97.3%이며, 수송용 연료 공급을 위한 12개 CNG충전소와 2개 수소 충전소를 운영하고 있다. 또한, 대구광역시 죽곡지구에 열과 전기를 공급하는 구역형 집단에서지 시설을 운영하고 있다. 천연가스기반 사업 외에도 다양한 폐기물에너지 사업, 해외 신재생에너지 개발, 수소와 연료전지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사업들을 통해 종합에너지기술기업으로서 지속성장을 추구하는 한편, 글로벌 트렌드인 에너지 전환을 주도하고 있다”
◆현상유지가 목표인 기업 없어…틈새시장 고민
- 도시가스산업의 성장 둔화가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는 평가다. 날씨에 좌우되는 천수답 산업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도시가스산업의 현재와 미래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특히 수도권과 광역시 도시가스사들의 성장률 정체가 어제 오늘 얘기는 아니다. 포화상태에 이른 보급률이 가장 큰 이유지만 평균기온 상승, 에너지효율기술 보급 등의 요인들도 가세하고 있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전환이 가장 큰 위협요인이 될 것으로 본다. 천연가스가 에너지 전환 과정에서 향후 수십 년간 브릿지 연료로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기는 하지만 현상유지가 목표인 기업이 어디 있겠나. 지속적인 성장 모멘텀이 필요하고 각 사별로 다양한 전략과 비전을 만들어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사실 그동안 사업다각화를 통해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도시가스 사들의 노력이 불충분했다고는 보지 않는다. 우리 회사만 해도 CNG사업, 구역형 집단에너지사업, 폐기물에너지화 사업 등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왔고, 이중 대부분은 매우 성공적인 결과를 도출했다. 그러나 도시가스사들이 가스를 기반으로 하는 타 분야로 사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극복하기 쉽지 않은 장벽들이 적지 않다. 투자여력이 크지 않은 도시가스사들이 체급이 월등한 한전, 지역난방공사 등 공기업들과 경쟁해야 하는 경우도 많다. 대표적인 사례가 천연가스를 열원으로 하는 구역형 집단에너지 시설이 원전과 석탄을 주 열원으로 하는 한전, 발전소 폐열을 활용하는 지역난방공사와 가격 경쟁을 해야 하는 불리한 상황에서 고전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런 경쟁을 피해 틈새시장을 찾아야 하는 데 그 또한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이다”
-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안전과 경영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모두 달성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은데.
“도시가스회사에게 안전은 어떤 이유로도 양보하거나 포기할 수 없는 가치라고 생각하며, 이 점에 있어서 우리 임직원들 모두 공감하고 있다. 매년 사업계획을 세울 때 투자 우선순위를 놓고 많은 고민이 있다. 그러나 안전과 관련되는 예산은 가급적 원안대로 통과시키려고 하고 있고, 안전관련 예산수립이나 인력 확보를 최우선에 놓다보니 타 본부나 팀에서 많은 양보가 이뤄지고 있다. 경영실적을 위해 안전을 포기하는 일은 결코 있어서는 안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
- 종합상황실을 14년 만에 본사로 이전하면서 도시가스 공급 및 안전관리 업무의 통합 컨트롤타워 기능을 강화했다. 그 배경과 기대하는 목표는.
“공간확보 문제로 한동안 검사동 사옥에 종합상황실을 운영했지만, 비상시 경영진이 신속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서는 상황실이 본사에 있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취임 후 10개월간의 준비 및 공사 기간을 거쳐 지난해 12월 이전을 완료했다. 이번에 종합 상황실을 이전 한 것은 단순한 이사 개념이 아니라 그간 눈부시게 발전한 초대형 멀티 디스플레이 시스템, 미라클 글라스 같은 기술들을 최대한 활용한 첨단시스템을 도입하여 통합관제시스템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시킨데 의의가 있다. 긴급상황 발생 시 신속한 파악 및 대처, 안전관리 총괄자와 경영진의 즉각적인 보고체계 구축으로 컨트롤타워 역할을 더욱 강화했다고 보면 되겠다. 아울러 상황실 이전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등을 계기로 산업안전보건법 관련 매뉴얼을 재정비하고 안전관리등급제도 도입해 현장 안전관리 업무를 더욱 체계화 했다”
- 쪽방촌 등 소외계층을 위한 반찬나눔 봉사, 폭염나기 캠페인, 학대피해아동 후원, 도시락 나눔, 사랑의 삼계탕과 김장나눔, 매칭그랜트 후원사업 등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펼치고 있다. 공익적 특성을 갖고 있는 기업으로서 사회적 책임에 대한 의미와 앞으로의 계획은.
“도시가스사는 독과점공급자라서 사회공헌의 필요성이 적다는 인식도 없지 않지만 저는 생각이 좀 다르다. 도시가스회사는 공급권역 대부분 주민들이 고객이다. 다른 어떤 기업보다 그 지역주민들과 긴밀하게 소통하고 함께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저희 대성에너지는 다른 어떤 도시가스사보다 사회공헌에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단지 이윤을 나눈다는 차원이 아니라 임직원들이 가장 열심히 자원봉사를 하는 회사 중 하나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코로나 사태로 주춤하긴 하지만 임직원들은 이런 가치와 전통을 이어가기를 원한다. 최근 ESG 경영이라는 용어가 많이 사용되고 있는데, 청정에너지가 주요 상품인 저희 회사는 깨끗한 에너지를 많이 보급하고, 지역주민들과 고객들에게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을 열심히 하면 ESG경영이 저절로 실현되지 않나 생각한다.
◆카카오 ‘대성톡’ 등 향상된 비대면 서비스 활성화
- 모바일 비대면 시대에 발맞춰 모바일 자가검침 서비스, 스마트 가스계량기 보급, 카카오톡을 활용한 전자고지서 등 다양한 서비스 시스템을 확대하고 있다. 그동안의 성과와 향후 계획은.
“코로나 팬데믹이 도시가스분야에 가져온 가장 큰 변화라면 고객과의 최접점에서 이뤄지는 서비스에 IT기술을 활용한 비대면 서비스가 놀랄 만큼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저희들은 코로나 이전에도 메일이나 모바일 문자를 통한 비대면 서비스를 시행하고 있었는데 이용자가 그리 많지 않았다. 그런데 코로나가 본격화되는 시점인 2020년 초부터 사용이 더욱 편리한 카카오 앱을 활용한 모바일 서비스를 시행했고 그 시점부터 이용자가 폭발적으로 늘었다”
“현재 전체 고객의 절반을 훌쩍 넘는 64만세대가 도시가스 청구서를 카카오 문자로 받고 있으며, 자가 검침세대가 22만 세대에 이르렀다. 회사가 고객들의 니즈에 맞춰 사용하기 편리한 앱과 시스템을 개발하고 열심히 홍보한 것이 비대면 서비스를 선호하는 추세와 잘 맞아 떨어진 것 같다. 이런 추세에 발맞춰서 최근 수년간 매년 1만대 가량의 스마트 계량기를 지속적으로 설치하고 있으며, 올해에는 가칭 카카오 ‘대성톡’을 오픈하여 전출입, 자가검침, 전자청구서 등 더욱 향상된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갈수록 고객들의 눈높이가 높아지고 있다. 그만큼 고객을 만족시키기가 쉽지 않다는 얘기다. 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계획이 있다면.
“도시가스 시설을 설치, 이전, 사용, 요금 납부하는 모든 단계에서 고객들의 불편이 없는지 지속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우선, 사고 없이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고, 가스 이용단계의 불편을 최소화해야 하며, 검침과 요금 납부도 더 편리하게 하는 방법을 계속 개발해 나가겠다. 앞서 말한 것처럼 검침, 요금고지, 수납 등에 더욱 편리한 비대면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확대하는 것도 그런 노력의 일환이다”
- 대구지역 1, 2호 수소충전소 운영 등 연계사업 다각화에도 적극적인 것으로 아는데 성과는 어떤지. 추진과정의 어려운 점도 적지 않을 것 같은데.
“고객서비스 확대와 미래 먹거리 창출노력의 일환으로 2020년 8월 성서수소충전소와 2021년 12월 관음수소충전소를 개소하여 운영하고 있다. 사업초기 수소충전소 건설 인허가, 운영준비 등 쉽지 않은 과정도 있었고 아직은 저조한 수소차 보급으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었으나 새로운 사업영역을 개척한다는 마음으로 적극 추진하여 이제는 수소충전소 건설 및 운영 노하우를 상당히 축적한 상태다”
“특히 한 곳에서 CNG, 전기차 충전, 수소충전을 할 수 있는 복합충전소를 구축함으로써 고객들이 더 편리하게 활용할 수 있게 했고, 운영측면에서도 인력과 시설을 가장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게 됐다. 올해 상반기 하양 수소충전소를 상업운전하고 2023년 검단수소충전소를 추가로 준공하면 도시가스사 중에 가장 많은 수소충전소를 운영하는 곳이 될 것이다. 충전소 확충으로 지역 수소차 보급을 앞당기고 수소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회사를 이끌어가면서, 또 25년 넘게 에너지업계에 몸담은 선배로서 임직원과 후배들에게 당부하고 싶은 게 있다면.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과거 얘기를 잘못하면 이른바 ‘꼰대‘소리를 들을 것 같아 참 조심스럽긴 하지만 ’일을 하는데 있어 최선을 다 하는‘ 태도는 시대와 세대를 떠나서 자신의 가치를 높이는 최고의 덕목이 아닐까. ’낭중지추‘라는 말처럼 늘 최선을 다해서 일하는 직원들은 반드시 드러나기 마련이고 동료, 선후배들로부터 존중받고 인정받는다는 것이 시대를 불문한 진리라고 생각한다”